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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밥상 편지

식탁의 푸른신호등 완주로컬푸드 건강 밥상 편지


 

식탁의 푸른신호등

 

완주로컬푸드 건강밥상 편지(138)



지난 휴일엔 봄 농사에 쓸 씨앗을 점검했습니다.
볕 좋은 마당에서 갖가지 콩류, 호박, 옥수수, 오이, 감자, 토란 등이 오랜만에 햇빛바라기를 합니다. 한나절 꼬박 웅크리고 앉아 벌레가 먹었거나 씨알이 부실해 보이거나 냉해를 입은 것들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라냅니다.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내려온 지도 어느덧 4년째인데 아직은 미숙하기만 한 초보농부인지라 4번째 맞이하는 봄날의 농사준비는 여전히 새롭기만 합니다. 


3년 전 저에겐 알음알음으로 구한 30여 종의 토종씨앗이 있었답니다.
이삿짐을 꾸릴 때 행여나 분실될까봐 이삿짐센터 사람들에게 맡기지 않고 가방에 넣어올 만큼 귀히 다뤘던 것이지요. 그 씨앗들로 지난 3년간 텃밭농사를 지었는데, 그중 1/3은 씨앗을 채종도 못했을 만큼 제게 농사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입니다. 대부분의 작물은 1년에 단 한번만 재배 경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 가을만 해도 덩굴식물인 제비콩을 바라보며 애태웠던 적이 있습니다. 1차 파종에 싹틔우기를 실패해서 2차 파종을 했는데 꽃이 너무 늦게 피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그 제비콩은 결국 열매가 채 영글기도 전에 된서리를 맞아 종자로 쓸 씨앗을 단 한 알도 수확하지 못했지요. 생계형 농사를 짓지 않았던 저는 농사를 망친 것보다 종자를 잃은 게 더 마음 쓰렸습니다. 농사는 생물을 키우는 일인지라 시행착오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기를 놓치면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하니 제 공부의 진도는 느리기만 합니다.


회원님들, 한 주간 잘 지내셨는지요?
매주 월요일 아침 편지를 쓸 때마다 꾸러미라는 상품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가치를 전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곤 합니다. 그것에 대해 제가 잘 알아서가 아니라 직업의 특성상 그것의 중요성을 매순간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이번 편지의 서두를 씨종자 이야기로 시작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먹을거리 그 자체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 근원에 대한 사유를 회원님들과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인간을 포함해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라는 근원이 있지요.
그래서 대대손손 그 종을 번식시키며 환경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왔던 것이고요. 하지만 오늘날 세계 농업의 주류 시장은 상업적인 이유로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짓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변형체인 GMO에 대한 갖가지 우려가 터미네이터라 불리는 1회용 불임씨앗의 종묘시장 장악으로 현실로 나타났는데도 말이지요. 


회원님들, 꾸러미가 그런 사회적 맥락에서 출발했다는 건 다들 아시지요?
위태로운 우리 농촌과 농업을 눈 먼 자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요. 농촌이라는 근간이 흔들리면 그 여파가 자연에서 더 멀어진 도시를 먼저 무너뜨린다는 걸 모두가 염려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우리가 있으니 흔들리지 말고 농촌을 지켜달라’는 뜻을 담아 몇 달분의 회비를 선뜻 선납해 주시는 것이고요. 이용 중에 불편할 때도 많지요? 그래도 꾸러미라는 상품보다는 부디 그 이면에 담긴 가치를 봐주시고 앞으로도 계속적인 지지와 질책 부탁드립니다. 

 

 그리운 시냇가

                                                  -詩 ․ 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하게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2014년 2월 넷째주에
완주로컬푸드 영농조합법인 건강한밥상 올림.

 

첨부파일 : 2014_2_4.JPG (3159 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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