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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밥상 꾸러미 Wanju Local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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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밥상 편지

식탁의 푸른신호등 완주로컬푸드 건강 밥상 편지

밥상으로 만나는 소중한 인연, 건강밥상 회원여러분! 한주간도 평안하셨는지요?
마당에 붉은 칸나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구절초 꽃무더기가 또한 기쁨입니다.

 

마흔 여덟 번째 편지라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됩니다. ‘로컬푸드’라는 말이 낯설고, ‘생각은 좋은데 잘 될 수 있을까’하는 염려와 의구심이 많을 때, 48주 배송안과 수급계획 등을 짜며 씨름하던 군청 담당자도 생각나고, 마을공동체 사업을 하는 곳들과 생산자들을 찾아다니던 법인 이사님들, 직원들도 떠오릅니다. 1년 여를 돌아보면 갖가지 사연에 기쁨과 감동이 있기도 했고, 예기치 않은 난관도 있었고, ‘기대에 못 미친다’고 호되게 질책하고 돌아서는 소비자를 보며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번도 요리해 본 적 없는 구성품에 당황스럽기도 하셨을테고, 미처 다 해드시지 못해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 품목만의 맞춤형」서비스가 아닌 꾸러미를 계속해서 애용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으로 가는 든든한 친구”로서의 의리가 아니었다면 계속될 수 없었을 것이라 가늠해봅니다. 의리있는 친구여러분!! 다시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숨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완주의 방식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시는 타지역 분들이 많아서 즐거운 비명소리도 들리고, 얼마전 치러졌던 <제1회 와일드푸드 축제>에서 로컬푸드를 접목한 마을공동체의 참여로 대성공이었다고 하니 초심을 잃지 않고 또 다른 1년을 하나된 힘으로 잘 만들어가겠노라고 다짐해 봅니다.

 

든든하고 고마운 친구여러분,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밥상으로 행복한 한 주 되세요.
가을에는 더욱 시와 친해지고 싶어지죠?
조금 길지만 함께하고 싶어서 적어 보냅니다.

 

 

꽃밭 - 도종환

 

내가 분꽃씨 만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 어머니와 꽃밭이 있었다
내가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
내 발걸음마다 채송화가 기우뚱거리며 따라왔고
무엇을 잡으려고 푸른 단풍잎 같은 손가락을
햇살 속에 내밀 때면
분꽃이 입을 열어 나팔소리를 들려주었다

 

왜 내가 처음 본 것이 검푸른 바다 빛이거나
짐승의 윤기 흐르는 잔등이 아니라
과꽃이 진보라 빛 향기를 흔드는 꽃밭이었을까

 

민들레 만하던 내가 달리아처럼 자라서
장뜰을 떠나온 뒤에도 꽃들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사나운 짐승처럼 도시의 골목을 치달려갈 때면
거칠어지지 말라고 꽃들은 다가와 발목을 붙잡는다
슬픔 속에 잠겨 젖은 얼굴을 파묻고 있을 때면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이며
꽃잎의 손수건을 내민다

 

지금도 내 마음의 마당 끝에는 꽃밭이 있다
내가 산맥을 먼저 보고 꽃밭을 보았다면
꽃밭은 작고 시시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꽃밭을 보고 앵두나무와 두타산을 보았기 때문에
산 너머 하늘이 푸르고 싱싱하게 보였다
꽃밭을 보고 살구꽃 향기를 알게 되고
연분홍 그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
삶의 유장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눈을 열어 세상을 보았을 때
거기 꽃밭이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지금도 내 옷 소매에 소박한 향기가 묻어 있는 것이

 

 

 

2011년 10월 둘째 주에
완주로컬푸드영농조합법인 건강한 밥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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